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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몇 개의 은하가 있을까? – 우리의 위치를 찾아서

by 아스틸 2025. 3. 24.

밤하늘을 올려다보면 별들이 촘촘히 박혀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우리가 보는 이 작은 별빛들조차 사실은 대부분 태양과 같은 항성들이며, 이 별들 다수가 모여 하나의 은하를 이루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태양계에 속해 있고, 태양계는 다시 ‘은하수’ 또는 ‘우리 은하’로 불리는 거대한 은하의 일부다. 그런데 우리 은하 하나만 해도 약 2천억 개 이상의 별을 품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우주 전체에는 이런 은하가 몇 개나 존재할까?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어디쯤에 위치해 있을까?

 

우주에는 몇 개의 은하가 있을까? – 우리의 위치를 찾아서
우주에는 몇 개의 은하가 있을까? – 우리의 위치를 찾아서

 

망원경이 밝혀낸 은하의 수, 그리고 그 한계

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은하의 수를 계산하기 시작한 것은 허블 우주망원경(Hubble Space Telescope)이 발사된 이후부터다. 1995년, 허블 망원경은 ‘허블 딥 필드(Hubble Deep Field)’라는 실험을 통해 하늘의 극히 작은 영역을 며칠간 관측했다. 그 결과, 단지 손톱 크기만큼의 시야 안에서도 수천 개의 은하가 촘촘히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체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를 추정한 결과, 과학자들은 약 1천억에서 2천억 개의 은하가 존재할 것으로 계산했다. 이후 더 정교한 관측과 시뮬레이션이 이루어지면서 이 숫자는 계속해서 조정되고 있다.

2016년에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천문학자 크리스토퍼 콘셀리스 박사 연구팀이 기존 허블 자료를 다시 분석해, 우주에 있는 은하의 수가 2조 개에 이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은 우리가 아직 관측하지 못한 작은 규모의 희미한 은하들이 매우 많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우리가 은하의 전체 수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망원경의 한계, 먼 거리에서 오는 희미한 빛의 감지 어려움, 우주의 팽창 속도 등 다양한 제약 조건으로 인해, 현재의 숫자는 어디까지나 ‘추정치’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 관측 기술이 발전할수록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의 크기와 은하의 수는 계속해서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은하의 구조와 위치: 우리는 어디쯤에 있을까?

그렇다면 이 어마어마한 우주의 스케일 속에서 우리는 어디에 있을까? 지구는 태양계에 속해 있고, 태양계는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의 한 부분이다. 우리 은하는 나선형 은하로, 약 2천억 개에서 4천억 개 사이의 별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직경은 약 10만 광년이며, 그 중심에는 태양보다 수백만 배나 무거운 초대질량 블랙홀이 자리 잡고 있다. 태양계는 이 은하 중심에서 약 2만 7천 광년 떨어진 ‘오리온팔(Orion Arm)’이라는 나선팔에 위치해 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은하의 중심도, 가장자리도 아닌 중간쯤 되는 위치에 살고 있는 셈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우리가 사는 지구는 매우 평범한 항성을 중심으로 한 작은 행성에 불과하며, 그런 별이 수천억 개 모인 은하 중 하나에 속해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은하조차도 더 큰 구조의 일부다. 예를 들어, 우리 은하는 ‘국부 은하군(Local Group)’이라는 소은하 집단에 포함되어 있고, 이 국부 은하군은 다시 ‘처녀자리 초은하단(Virgo Supercluster)’이라는 더 거대한 구조의 일부다. 더 최근에는 이 모든 구조를 포함하는 ‘라니아케아(Laniakea)’라는 초대형 초은하단 개념도 등장했다. 이처럼 우리가 속한 위치는 끊임없이 더 큰 우주적 구조 안에서 재정의되고 있다.

 

 

 

왜 우리는 은하의 수를 알고자 하는가?

우주에 은하가 몇 개인지를 알아내는 것은 단순한 숫자 계산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은하의 수는 우주의 구조와 진화,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설명하는 중요한 단서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은하들이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를 분석하면, 우주의 대규모 구조와 암흑 물질의 존재, 우주의 팽창 속도 등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다양한 은하의 유형과 그 안의 별 형성 과정을 비교하면서, 우리 태양계와 같은 시스템이 얼마나 흔한지를 가늠할 수 있다. 이는 곧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얼마나 흔한가를 판단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은하의 수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노력은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그리고 동시에 얼마나 위대한 호기심을 가진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광대한 우주의 끝을 알고 싶어 하는 이 지적 욕구는 인류 문명이 앞으로 더 먼 우주를 향해 나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망원경의 해상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 같은 차세대 관측 장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은하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우주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역시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은하의 수는 아직 확정된 숫자가 아니다. 현재 과학자들은 수천억에서 수조 개까지 다양한 추정치를 제시하고 있으며, 이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계속 바뀔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숫자 그 자체보다, 이 거대한 우주 속에서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이해하고자 하는 그 여정이다. 작은 행성 위에 사는 인류가 망원경을 통해 수십억 광년 떨어진 은하를 바라보며 “나는 어디에 있는가?”를 묻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미 우주 속에서 특별한 존재일지 모른다.